8/6 Flyhigh,Cue! 참가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17. 7. 23. 15:42 |[E2] 99cm의 센티님(@HQ1901), 99님(@99onHq) 부스에 신세집니다.
두 분 커플링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츠키스가책을 마음좋게 허락해주신 두분께 감사드립니다()
표지는 센티님(=이든님)의 표지커미션입니다. 감사합니다!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 을 모티브로, 츠키시마랑 스가와라가 은하철도 타고 여행하는 내용입니다. 카라스노 캐릭터들도 좀 등장합니다.
선입금이나 수량조사 없이 현장판매만 할 예정입니다.
※주의
ㆍ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사망을 암시하는 듯한 묘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소재가 소재인 만큼)
ㆍ편의상 츠키스가라고 쓰긴 했는데 커플링색은 매우 옅습니다…
츠키시마 케이가 눈을 떴을 때, 기차는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장난감처럼 자그마한, 요즘 와서는 하루에 한 번쯤 어딘가 외딴 산골 노선이나 운행할까 싶을 만큼 오래된 양식의 경편 열차다. 천장에는 노란 전등이 줄지어 붙어 있고 푸른 우단을 씌운 긴 의자가 늘어서 있다. 흔들리는 창문 밖으로는 검푸른 밤이 펼쳐져 있었고, 간간이 주황색의 측량탑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왜 이런 데 타고 있었을까. 츠키시마는 눈을 깜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밤을 달리는 기차 안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맞은편에 창문을 활짝 올리고 바깥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낯이 익은 기분이 들어 츠키시마는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체구는 그리 크지 않다. 차림새는 평범한 하얀 반팔 셔츠에 검은 바지.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그 차림이 카라스노의 여름 교복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동시에 영문 모를, 그리움인지 초조함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과일을 쥐어 즙을 짜내는 것처럼 가슴 속에 번진다. 지금 당장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해야만 할 것 같은 충동이 든다.
츠키시마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충동에 쫓겨 입을 열기 전에, 그가 열차 밖으로 내밀었던 머리를 안으로 되돌렸다. 고개를 돌리다가 츠키시마와 눈이 마주치고 잠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빙긋 웃으며 말을 건넨다.
"일어났네, 츠키시마."
"……스가와라 선배."
낯이 익은 것도 당연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매일같이 얼굴을 보는 같은 배구부 선배니까. 언제나처럼 격의없는 스가와라의 태도에 조금 전까지 일렁이던 감정과 충동이 차츰 잦아들었다. 츠키시마는 작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말을 골랐다.
"잠들어 버렸던 모양이네요. 죄송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바깥 구경도 실컷 했고."
그렇게 말하며 스가와라는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댔다. 그러고선 검고 둥근 판을 손에 들고 장난치듯 빙글빙글 돌리며 들여다보기에 츠키시마도 호기심이 들어 그 판에 시선을 주었다. 유리처럼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검은 판 위에 하얗게 뿌려진 은하를 따라 남쪽을 향한 가느다란 선로가 그려져 있다. 선로를 따라 역의 이름과, 창문으로 보았던 측량탑 같은 것도 새겨져 있었다. 검은 바탕 위에 푸른 숲이며 샘물 따위가 영롱한 색깔로 아로새겨진 신기하고 아름다운 지도였다.
"…지금 위치는 어디쯤인가요?"
"여기쯤이려나─. 아, 그렇구나. 자느라 지도 못 받았지?"
백조 역이라고 쓰인 부분의 조금 위쪽을 짚은 스가와라가 츠키시마를 보고 장난스레 웃었다. 츠키시마는 조금 멋쩍어져서 눈길을 피하며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차는 강기슭을 끼고 펼쳐진 하늘억새 들판에 접어들어 있었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억새밭의 은빛 물결 옆으로 은하수도 파르스름하게 물결쳤다. 츠키시마는 무심코 그 시린 빛에 정신을 빼앗겼다.
강이 너무나 투명해서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강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강물은 때때로 푸르게, 하얗게, 혹은 자줏빛이나 무지갯빛으로도 반짝였다. 달빛을 반사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색은 나지 않을 텐데. 츠키시마가 잔물결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스가와라가 가르쳐 주었다.
"은하수니까 반짝이는 거야."
아아, 그렇구나. 츠키시마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맞은편에서 숨죽인 웃음소리가 났다.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들어 츠키시마는 창밖을 보던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스가와라가 웃음을 참으려고 애쓰며 츠키시마를 보고 있었다.
"금방 잠들어 버려서 풍경엔 별 관심이 없나 했더니 그렇지도 않은가 봐."
(중략)
"이거 봐, 츠키시마. 수정 모래알이야."
스가와라는 두 손 가득 모래를 퍼올려 츠키시마에게 펼쳐 보였다. 모래알들은 무색이거나 호박색이거나 푸른색이거나, 온갖 다양한 빛깔을 띠고 있었지만 모두 투명했다. 동그랗고 매끈한 것도, 울퉁불퉁 주름진 것도, 모두 안에서 무언가 조그만 것이 일렁이고 있었다.
"속에서 작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거야."
재촉하는 대로 손을 내밀자 그 위에 좌르르 투명한 모래를 쏟아부은 스가와라가 모래알 하나를 엄지와 검지로 집어들고 굴리며 보여주었다. 라무네 병 같은 엷은 푸른색을 띤 알갱이 속에서 청록색 불꽃이 하늘거렸다. 츠키시마는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모래알 하나하나마다 조금씩 다른 색깔의 불꽃이 하느작거려 마치 모래알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불은 뭘 연료로 타고 있는 걸까요."
"글쎄, 뭘까?"
모래알을 강가에 던지고 빈손이 된 스가와라는 물가로 가서 강물에 손을 담갔다. 츠키시마는 모래를 든 채 그쪽으로 다가갔다. 스가와라의 손목께에 부딪친 물살의 가장자리가 파르스름한 빛이 되어 흘러갔다. 츠키시마는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손을 펼쳐 강물 위에 모래알을 뿌렸다. 수정 모래알과 부딪친 수면에 파란 반딧불 같은 인광이 무수하게 흐무러졌다.
이 모래알들은 별이다. 누군가의 꿈과 바람을 먹고 이렇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츠키시마는 왠지 모르게 그런 확신을 품었다.
"차갑잖아."
츠키시마가 뿌린 모래알에 튀긴 물방울을 맞은 스가와라가 그렇게 불평하며 일어섰다. 츠키시마는 순순히 사과했다. 여기서 토라져서 물싸움이라도 시작해 버리면 곤란한 노릇이다. 다행히도 더 투덜댈 생각은 없는지 스가와라는 가볍게 손을 털고 강 주위를 둘러보다가 상류 쪽에 눈길을 멈추었다. 억새풀이 우거진 높다란 벼랑 아래, 평평하고 하얀 바위들이 강변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가 볼래?"
"뭐 특별한 건 없어 보이지만…."
하지만 아직 출발 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고 달리 거부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츠키시마는 작게 끄덕이고 스가와라와 나란히 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발밑에서 별조각들이 사박사박 소리를 낸다. 은하수의 물빛과 불꽃을 품은 모래알 덕분에 강변은 희끄무레하게 밝았다. 억새풀이 서로 부대껴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귀를 간질이는 그 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옮기던 스가와라가 문득 입을 열었다.
"별빛이 꺼지는 건 어떤 때일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득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입에 담은 듯한 기색이었다. 츠키시마는 발밑의 별을 보며 무심히 생각해 보았다. 수천 수만 광년의 거리를 달려 마침내 누군가의 눈길이 닿는 곳까지 다다른 별빛이 사라지는 순간이라면.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고 계절의 지침이 되어주던 별이 소망을 잃고 흐려지는 때는.
"달리는 데 지쳤을 때가 아닐까요."
"흐음─?"
짐짓 흥미롭다는 듯한 대꾸가 돌아오기는 했지만 별로 귀를 기울이는 눈치는 아니다. 질문은 자기가 꺼내 놓고 무성의한 반응이 아닌가. 츠키시마는 내심 조금 발끈해 미간을 찌푸렸다. 무심결에 걸음이 멈추어 나란히 걷고 있던 스가와라가 두어 발짝 앞서게 되었다. 하늘 저편 머나먼 어딘가를 응시하던 스가와라의 시선이 인상을 찌푸리고 멈춰선 츠키시마를 향했다.
풉 하고 그가 맥풀린 웃음을 터뜨렸다. 곤란한 아이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눈꼬리를 가늘게 좁히며 그는 웃었다.
"그럼 조금 쉬고 다시 돌아오는 별이 있어도 좋을 텐데 말야."
언뜻 숨이 막혔다.
(중략)
"백로 손질은 어떻게 하는데?"
"어…, 열흘 정도 은하수 물빛을 쬐이거나. 아니면 사나흘 정도 모래에 묻어놔야 해요. 그래야 수은이 증발해서 먹을 수 있게 되거든요."
"우와, 귀찮을 만 하네."
그러자 이번에는 카게야마가 일어나 짐을 내렸다. 마찬가지로 가방을 열어 펼친 꾸러미에는 노랗고 파란 얼룩 무늬를 가진 엷게 빛나는 기러기가 백로와 똑같이 줄지어 누워 있었다. 날개를 접고 다리를 쭉 펴고 부리를 나란히 한 기러기들은 조금 납작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건 지금 먹을 수 있어요."
카게야마는 그렇게 말하며 기러기의 노란 다리를 뚝 떼어 쪼개더니 스가와라와 츠키시마에게 내밀었다. 스가와라는 곧 받아들었지만 츠키시마는 의심 가득한 눈길로 한참 기러기 다리를 노려보며 망설였다. 미간을 구긴 카게야마의 시선이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츠키시마, 이거 맛있어."
위기감도 없이 기러기 다리를 입에 넣은 스가와라가 깨문 조각을 오독오독 씹으며 말했다. 츠키시마는 흘깃 그 태평한 얼굴을 보고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눌러 참으며 쪼갠 조각을 받았다. 카게야마는 또 하나 다리를 떼어 야마구치와 히나타에게도 나누어주었다. 엉겁결에 기러기 다리 시식회가 되었다. 츠키시마도 포기하고 조각을 입에 넣었다.
"……맛있네요."
입에 넣기까지는 조마조마했지만 먹어보니 예상외로 맛있었다. 과자 같은 식감에 초콜릿처럼 달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냥 초콜릿보다는 조금 더 맛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거, 그냥 과자 아닌가. 츠키시마는 슬쩍 눈만 움직여 건너편 자리를 살폈다. 히나타가 제 몫을 한입에 먹어치우고 침이라도 흘릴 것 같은 얼굴로 야마구치를 쳐다보는 바람에 기세에 눌린 야마구치가 자기 조각을 조금 떼어주고 있었다.
툭툭, 무언가가 팔을 건드렸다. 시선을 돌려 보니 스가와라가 작게 웃으며 입술 앞에 손가락을 세우고 있었다. 무슨 생각 하는지 알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겠지. 바보들의 바보짓에 어울려주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바보짓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두고 보는 것도 그럭저럭 볼만할 것 같았기 때문에 츠키시마는 입을 다물었다.
"백로는 어떻게 잡는 거야?"
이렇게 된 거 끝까지 어울려 주자는 생각일까. 스가와라가 옆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한입에 조각을 삼킨 히나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팔을 크게 휘저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백로가 강에 돌아오는 걸, 이렇게! 휙! 덥석 하고! 그러면 바로 가방에 넣어요!"
"……미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