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잡담 (7권 네타)
뭔가 7권에서 세계의 근간에 대한 힌트를 던진 것 같은 게 신경쓰인다. 이 세계에서의 화폐가치를 보전하는 화폐 유통 시스템이 밝혀졌는데, 그 형태가 혼백 이론을 기초로 한 모험자의 전생 시스템과도 좀 비슷해 보임. 화폐는 팔름의 깊은 곳으로 돌아와서 거기에서 전생하는 혼에 부여되고, 모험자는 죽으면 대신전으로 돌아와서 소생하고. 그렇다면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데...
여기서 조금 걸리는 게 '고요의 바다'. 죽음을 겪은 사람이 모두 그 '고요의 바다'를 거치느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적어도 페데리코의 묘사를 봐서는 고요의 바다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기억으로 구축된 거리만 지나서 소생한 것 같았거든. 그리고 이건 추측이지만 그 거리가 구현되는 공간이 본래의 테스트 서버가 아닌가 싶음. 기억도 일종의 정보니까 그 기억들이 모여서... 앗 혹시 그 기억들, 혼의 조각들로 구축된 세계가 지금의 셀데시아인 걸까? ...아니 이건 좀 이따 다시 생각해 보고.
페데리코는 '그 공간에서 길드 멤버를 만난 적은 없다'고 했는데, 그건 아마도 자기가 '잊어버려도 되는 정보'들로 그 거리를 구축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 거리는 인스턴트 존 같은 자신만의 공간일 거고, 거기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는 건 납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지표'에 해당하는 고요의 바다는 개인의 인스턴트 존이 아니라 공유된 필드 존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실제로 시로에는 아카츠키랑 그 공간을 공유했고. 자신의 기억의 미궁에서 빠져나간 일부의 사람이 그 지표에 다다를 수 있는 걸까? 죽음과 실패가 가져다준 자신과의 직면에서 일어선 사람만이 기억의 미궁을 나가서 지표에 다다를 수 있는 걸지도…. 그 기억의 거리는 아마도 본래 테스트 서버에 있다는 그 미궁이 있던 자리가 아닐까.
지표에 있는 고요의 바다는 거기에 이르지 못한 사람의 기억도 흡수한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모든 모험자가 소생할 때마다 기억을 거기에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첫번째 월드 프랙션이 전쟁으로 만연했던 혼을 소재로 아인간을 만든 것처럼 모험자들의 기억, 혼의 조각을 소재로 셀데시아라는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건 아닐까? 좀더 현실의 세계에 가까워지기 위한 '누스피어의 개간'이 그 시스템이 아닐까. 누스피어의 개간이라는 이름부터가 그 시스템을 암시하는 것 같은 느낌.
세계에 존재했던 혼의 소재는 첫번째 월드 프랙션 때 아인간을 전생시키기 위해 고정되어서 더이상의 소재가 없지 않을까 싶음. 그래서 그 소재가 될 또다른 혼의 조각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모험자들이 이 세계로 왔다고 하면 나름대로 말이 되는 게 아닐까...
그래도 여전히 관측자의 존재와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근본에 관한 건 알 수가 없지만...′ㅁ` 아무튼 7권 읽고 문득 든 생각들 정리!
+) 고요의 바다에 다다르기에는 직면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긴 했지만, 사실 죽어본 사람이 한둘도 아닐 텐데 시로에랑 아카츠키 말고는 아무도 고요의 바다를 언급한 적이 없는 게 이상함... 적어도 소문 정도는 나야 되는 게 아닐까? 달이라거나 14번째 서버라는 것까지는 몰라도 자신의 기억에 없는 이상한 바다에 갔었다면 임사체험 비슷하게 소문은 나야 되지 않을까. 그게 전혀 없었다는 건 역시 고요의 바다에 다다른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죽음 앞에서 자신의 실패를 곱씹느라 직면할 시간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실제로 실버 소드 사람들은 그게 싫어서 점점 죽음을 기피하게 된 것 같고), 그보다는 뭔가 조건이 있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면 역시 혼백이론 뿐인데. 혼백이론을 직접 듣고 이해한 건 시로에고, 아카츠키도 일단 그 자리에 동석했었으니까 그게 일종의 조건일 수도 있지 않을까.
++) 근데 크러스티 씨도 죽어봤으니까 그 기억의 거리를 지났을 텐데 기억이 소실된다는 걸 깨닫지 못했던 걸까. 그 무렵에는 아직 기억 소실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았으니까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확인은 못 했을지도 모르겠다. 시로에의 가설을 듣고 그렇구나 하고 납득한 건지도. 그리고 어쩐지 이 사람이 자신의 부족함을 분해하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 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고... 겉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속으로는 끝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타입이 아닐까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