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 뒤적거리다가 발굴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아있을줄이야...
한 2년전...그쯤 됐나 확밀아 열심히 할 무렵입니다 중2돋네...
마서 귀여워 마서′ㅁ` 확밀아는 접었지만 그래도 마서 귀여워......
처음으로 이변을 느꼈던 것은 언제였을까.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은 언덕을 모드레드는 복잡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언덕 위에 드리운 하늘은 무심하게도 맑았고, 흰 구름이 세상의 일 따윈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그 위를 흐르고 있었다. 언덕을 에워싼 군세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청명하고 고요한 그 모습에 무심코 씁쓸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돌입할까요, 모드레드 경?"
"……."
모드레드는 곁에서 말을 건 기사에게 잠깐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언덕을 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설핏 어둡게 일렁였다.
"……아니, 혼자 가겠다."
"하지만……."
"혼자 가겠다. 전군 대기하도록."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던 기사를 물리치고, 모드레드는 천천히 언덕 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능선을 오르는 발이 한없이 무거웠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주저앉아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가야만 했다.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운명에서 그를 구해 주었던 자신의 왕이, 저 위에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해맑고 순수하던 그 미소에 체념이, 슬픔이, 괴로움이 섞이기 시작한 것은 언제였을까. 엷은 풀꽃처럼 다감하게 웃던 소년은 언제부턴가 웃음이 줄어들고, 서글프고 메마른 눈을 하게 되었다. 상냥하게 마주잡아주던 손길은 언제부턴가 끊어졌고 어딘가 홀로 모습을 감추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자신은, 인간이 아닌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 이상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본능의 경고를, 아서라면 괜찮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덮어두었다.
아니, 사실은 그저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제1기 대관 작전은 멀린에 의해 적합한 왕으로서 수없는 개조를 거친 선대의 왕 우서가 폭력성과 잔인성을 드러내며 무너지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제2기 대관 작전이라고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인위적이고 기술적인 개조는 아니라 해도, 수없이 많은 다른 왕들과 싸워나가며 경험과 기술을 갈고닦은 지금의 왕이 선대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그의 왕 또한 진즉부터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늦었네요."
"……."
모드레드가 언덕의 정상에 도착하자 낯익은 목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아서는 언덕 끝에 서서 모드레드에게서 등을 돌리고 저 너머에 펼쳐져 있을 카멜롯을 응시하고 있었다.
녹색 케이프를 걸친 익숙한 그 모습이 어째서 그토록 작고 낯선 것인지. 한때 브리튼을 짊어졌던 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작은 등을, 가느다란 몸을 바라보며 모드레드는 천천히 마른 입술을 떼었다.
"……아서."
"심판자의 역할을 다하러 온 거죠?"
"아서……!"
치밀어오르는 감정에 내딛은 걸음은, 그를 겨눈 칼날 앞에 멈추었다.
왕의 검, 엑스칼리버.
"……어째서……."
그를 돌아보는 녹색 눈동자에 전과 같은 온기는 이미 없다. 모드레드가 기억하고 있는 봄의 여린 풀꽃이 아니라 수없는 겨울을 거치고 바스라져 메마른 눈동자가 감정없이 모드레드를 향했다.
"심판자가 언제부터 단죄에 사정을 물었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너를 베라고?"
"당신의 소임이 그거잖아요?"
심판자의 역할을 부여하면서도 그가 심판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던 아서가 한 말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어 모드레드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겨누어진 칼끝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목소리에도, 표정에도, 그토록 감정 풍부하던 그의 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호수에서 만들어진 기사들조차 가지고 있는 그 감정이, 마치 송두리째 빠져버린 것처럼.
모드레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천천히, 내키지 않는 손놀림으로 검을 뽑았다. 예리하고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모습을 드러낸 칼날에 아서는 마침내 미소를 머금었다. 다정하고, 또 잔인하게.
"브리튼의 적을 베세요, 심판자 모드레드!"
짓쳐들어오는 엑스칼리버를, 그저 몸에 익었을 뿐인 동작으로 모드레드의 검이 받아낸다. 스스로를 브리튼의 적이라 칭하는 목소리에 모드레드는 차라리 눈을 감고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