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h 케스 - 배포본 2개 +1
대재해 스탭부스(G-40)에 슬그머니…얹혀갑니다 꺄아()
Happy Biscuit
크러스티x시로에 : 크러스티씨랑 시로에가 쿠키먹는얘기
이 세계에서 쿠키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고행이다. 밀가루며 설탕, 우유, 버터에 초콜릿. 재료를 갖추는 데만도 상당한 돈이 들고, 재료가 갖춰지면 이번에는 계량이라는 관문이 기다린다. 베이킹의 생명이라고까지 하는 계량이지만 전자 저울 따위의 편리한 물건이 이 세계에 있을 리도 없으니, 이 세계에서의 요리사들은 날마다 추를 올린 양팔저울과 격투하며 신중하게 재료를 계량해야 했다. 그렇다고 계량을 다 해내면 쿠키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반죽을 섞는 데, 장식할 크림을 마련하는 데도 팔이 빠질 것 같은 중노동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왜 현실 세계의 파티셰 중에 남자가 많은지, 여기에 와서 요리사들은 그 이유를 몸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현실 세계의 핸드믹서가 그리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자연히 이런 달콤한 과자들에는 상당히 높은 가격이 붙게 되었다. 노동량으로만 따져도 모든 과자가 일류 호텔급 수고를 들여 만들어지는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모두들 그런 사실은 잘 알고 있으니 가격 설정이 비싸다고 해서 특별히 불만을 표시하는 일도 없고, 애당초 아키바 거리의 모험자들은 상당히 부유하다. 맛있는 음식에 적합한 가격을 지불하기를 아까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그런 연유로 지금의 아키바에서는 상당한 고급품으로 분류되는 쿠키였지만──요 며칠간, 특정한 어떤 쿠키의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있었다.
문제의 쿠키는 다해서 11종류. 한 다스도 아니고 10개도 아닌 실로 미묘한 숫자다. 물론 낱개로도 구입할 수 있고, 세트로 구입하면 약간 할인을 받는다고 한다. 맛은 제법 괜찮다는 모양이지만 그럭저럭 홈메이드 레벨이라는 정도일까. 연유와 크림을 듬뿍 넣어서 씹는 맛이 부드럽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고, 가격 역시 지금의 아키바에서는 평범한 수준.
이런 평범한 쿠키의 최대의 인기 비결은 바로 그 디자인에 있었다.
"원탁 쿠키 2세트 주세요!"
"여기, 소지로 쿠키 3개요."
"세트 하나랑, 크러스티 쿠키랑 아이잭 쿠키 2개씩이요!"
밖으로 낸 작은 가게 앞의 소란스러운 광경을 크러스티는 뭐라고도 말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렇다, 그 쿠키의 인기 비결이란──아키바의 자치 기구, 원탁회의를 구성하는 11길드의 길드 마스터들을 본뜬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타카야마 미사가 티타임에 가져온 그 쿠키의 모습에 크러스티는 정말로 마시던 차를 뿜을 뻔 했다. 고운 색깔로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개인의 특징을 놀랍도록 완벽하게 본뜬 실루엣. 그 위에 초콜릿으로 그려넣은 각진 안경. 한눈에 자신이라고 알 수 있는 디자인의 나름대로 귀여운 쿠키가 6개나 하얀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광경은, 모델이 된 당사자에게는 조금 복잡하고 미묘하고 상당히 떨떠름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이건 뭡니까, 미사."
"쿠키입니다만."
"기분 탓이 아니라면 나를 본뜬 걸로 보이는데요."
"기분 탓이겠죠. 요즘 인기있는 원탁 쿠키입니다. 매상 No.1은 소지로 쿠키라더군요."
"……모르는 척을 할 생각이라면 끝까지 모르는 척 해 주지 않겠습니까…?"
No Smoking!
아이잭x시로에 : 아이잭씨랑 시로에가 담배얘기하는 얘기(?
"아─, 피곤하다."
아이잭은 들었던 서류를 내팽개치듯 내려놓고 앓는 소리를 내며 목 뒤를 주물렀다. 익숙지도 않은 사무 작업을 하려니 어깨가 뻐근하고 눈도 아프다. 아무리 강인한 모험자의 몸이라 해도 이 정도로 긴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자연히 피로가 몸으로 나타나는 모양이지. 몇 차례 고개를 젖히고 이리저리 목을 눌러 주무른 다음에야 아이잭은 깊이 숨을 토하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하지만 감독관은 냉정했다. 아이잭이 내팽개친 서류를 가지런히 한데 모아 든 시로에가 서류를 넘겨 보며 몇 군데를 검토하고 체크하더니 몇 장을 다시 뽑아 아이잭에게 내민 것이다.
"이건 다시 수정해주세요."
"……인간적으로 이쯤 일했으면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냐?"
"아이잭 씨는 평소에 많이 쉬시니까 하루 정도는 휴식 없이 일해도 되지 않을까요."
"어이어이어이어이."
끄으응, 아이잭은 앓는 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었다. 이게 웬 고생이람. 게임일 땐 이런 건 필요없었는데.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서류를 받아들고 일단 한 번 눈으로 훑어내리다가, 지겹디지겨운 글자와 숫자의 향연에 멀미가 날 것 같아서 다시 내려놓았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하게 피곤하니 절실하게 담배가 그립다.
"에, 아이잭 씨 담배 피우시나요?"
"엉? 어."
자신이 무심코 소리를 내어 담배를 찾았는지, 다시 서류를 내려다보려던 시로에가 조금 눈을 크게 뜨고 아이잭을 바라보았다. 이 나이에 담배 좀 피우는 게 뭐 그리 별일이라고, 하는 의아한 눈으로 시로에를 보니 그 의미를 알아차린 듯 시로에가 약간 쑥스럽게 웃었다.
"아, 그냥 좀 낯설어서요. 주위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허어. 아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고?"
확실히 이 나이대라면 흡연자가 드문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아이잭은 부러 심술궂게 이죽거려 보았다. 어차피 이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게 뻔하기도 하고. 생각한 대로 시로에는 약간 발끈한 표정을 했지만 부정은 하지 못하고 꾸욱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러나 그 얼굴은 금방 대꾸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다는 뚱한 표정에서 무언가를 떠올린 듯 살짝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완전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그것을 지켜보던 아이잭은 그 표정 변화를 전부 알아볼 수 있었다는 데에 내심 뿌듯해 하면서도 기가 막힌 기분이 들었다. 시로에의 머리 위로 마인드맵이 현란하게 펼쳐지는 환상이 보일 것 같다. 대체 이번엔 또 뭘 떠올렸길래 저렇게 열심히 생각의 가지를 치고 있는 걸까.
"또 뭔데?"
"앗, 아뇨……. 별 건 아닌데."
말을 걸었더니 으음, 하고 잠시 고민하는 시늉을 한다. 아마 아직 마구 뻗어나간 생각들이 다 정리되지 않은 거겠지. 아이잭이 빤히 그런 시로에를 지켜보려니 시로에는 언제나처럼 약간 곤란한 표정을 한 채로 조금씩 생각한 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추가
Checkmate
시로에&로에2 : 시로에랑 로에2가 체스 두는 얘기
"체크메이트."
"앗, 아아…."
미노리와의 승부가 결판이 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야가 넓고 수 읽기도 빠른 그녀였지만, 역시 시로에에 비해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체스판을 훑으면서 몇 번이나 중얼중얼 수를 계산해 보던 미노리는 결국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항복 사인을 했다.
"졌어요…. 감사합니다."
"응, 미노리도 수고했어."
시로에와 미노리는 짧은 인사를 주고받고 빙긋 웃었다.
"흐응, 제법 괜찮은 게임이었잖아."
"앗, 로에2 누나!"
아까까지 잠에 푹 빠져 있던 주제에 소리도 없이 언제 다가온 건지, 뒤에서 체스판을 들여다본 로에2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게임에 집중하느라 로에2가 다가온 것은 커녕 이 방에 있는 줄도 모르고 있던 아이들이 그제야 깜짝 놀라 일어선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으며 체스판을 들여다보았다.
"미노리는 제법인걸─. 이 나이에 이런 실력이라니, 장래가 기대돼."
"응, 미노리는 정말로 수 읽기가 뛰어나. 조금 더 지나면 상대할 사람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 그런…."
남매처럼 꼭 닮은 두 사람의 칭찬에 미노리는 어쩔 줄 모르고 뺨을 새빨갛게 붉혔다. 로에2는 그런 미노리가 귀여워 못 견디겠다는 듯 소녀를 뒤에서 끌어안고 뺨을 잡아당기며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끼어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시로에는 두 사람의 꺅꺅대는 소리를 한쪽 귀로 흘리며 체스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으음, 하고 고개를 갸웃한 토우야가 문득 떠오른 질문을 입에 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 짧은 사건은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혹시 있잖아, 시로에 형하고 로에2 누나. 둘이 체스를 둔다면 어느 쪽이 더 세?"
"음?"
수량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관심있으시면 와서 적당히 집어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