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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움길(샘플) + 디페(동페) 참가안내

온  2015. 8. 9. 18:31
8/23 디 페스타(동네 페스타)에 크러시로 소설본으로 참가합니다.
일정상 직접 참가가 불가능해져서 L2 <셋이 모여 메이저>에 위탁드릴 예정입니다.
예약 없이 현장판매만 합니다.




에움길
B6 / 28p. / 중철 / 컬러표지 / 전연령 / 3,000원
안 사귀는 크러스티 씨랑 시로에가 데이트합니다. 크러스티 씨가 들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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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거라고 생각합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시로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에, 그 질문을 한 상대는 한층 더 의외다.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두어 차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갸웃거려 봤지만 물론 이미 들은 질문이 철회될 리도 없고, 눈앞의 상대는 오히려 뭐가 이상하냐는 듯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시로에를 마주보고 있다.

"…이야기의 맥락을 잘 모르겠는데, 뭔가 그런 궁금증이 생길 만한 이야기를 했던가요?"
"아뇨, 안 했습니다."

그럼 왜?! 명백하게 뜨악한 표정의 시로에가 우스웠던지 크러스티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그저 시로에 군의 생각이 궁금해졌을 뿐입니다만."

아니, 그러니까 왜요…?
차마 소리도 되어 나오지 않는 의문을 분명히 눈치챘을 텐데도 해명 따윌 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이는 것을 과연이라고 해야 할지 어떨지. 아마도 이 사람 이외의 누구에게도 어울리지 않을 것이 틀림없는 우아하기까지 한 자세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는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시로에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대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당혹스러워하는 자신이 이상한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물론 그럴 리 없지만.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럼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겠군요."
"……크러스티 씨, 오늘 유난히 끈질기시네요."
"궁금한 게 있으면 잠을 못 자는 성격이라."

거짓말일 게 뻔한 대답을 하며 빙긋이 웃는 크러스티를 한 차례 노려봐 주고 시로에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답을 듣고야 말 생각인 모양이니 대강이라도 답할 말을 찾을 수밖에 없겠지. 사랑이라니, 자신이 이런 얘길 나눌 만한 상대는 나오츠구 정도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로에 자신의 경험만으로는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대답할 만한 자료가 부족했으므로 자연히 생각은 주변 케이스로 넘어갔다. 가장 알기 쉬운 사례라면 역시, 세라라일까?

"음, 옆에 있기만 해도 행복하고 기쁜…그런 걸까요."
"애완동물도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만?"
"저는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거기까진 비교해볼 수가 없는데요."
"흠, 그렇다 치죠. 그리고?"

그리고? 뭐가 더 있어야 하나 싶어 시로에는 당황했지만, 크러스티는 아무래도 그 대답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다. 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건지. 에라 모르겠다 싶어 시로에는 체념하고 일반론에 가까운 요소들을 생각나는 대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뭐, 계속 같이 있고 싶다거나, 뭘 봐도 그 사람 생각이 난다거나. 좀더 가까워지고 싶고, 함께 있으면 기쁘고…. 그런 거?"
"요는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는 겁니까?"
"어, 꼭 그것만은 아닌 것도 같지만요…."

요약해 보면 그런가? 싶으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묘하게 어딘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정말이지 생각이나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으으으음, 하고 끙끙대며 생각을 거듭하던 시로에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정말로 이 이상은 모르겠으니까요!"

애초에 생각해본 적도 없다니까요, 그런 거. 그렇게 투덜거리는 시로에를 앞에 두고 크러스티는 그렇습니까, 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부스위치: L2, 셋이 모여 메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