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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왕/정복왕/기사왕

온  2012. 6. 11. 22:32
왕님은 나면서부터 왕으로 운명지워졌고 태어나면서부터 신성을 띠고 떠받들어졌다. 군림하는 왕. 만민 위에 군림하며 누군가와 자신을 동일선상에 놓는다 생각해본 적조차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만민에 대해 평등하다. 그렇기 때문에 엔키두가 더더욱 특별했음.

정복왕님은 일생을 전쟁터에서 보냈고, 꿈을 품고 꿈을 향해 달렸으며 꿈에 매료된 자들을 이끌고 오로지 앞을 향해 돌진하는 파죽破竹의 왕. 함께 달리는 왕. 그래서 다른 이들은 나란히 서지 못하는 세이버의 왕도를 비난할 수 있는 것은 정복왕님 뿐이다.

사방 모든 나라가 적이고 침략할 기회만 엿보는 다른 나라들을 견제하는 것만도 힘겨웠던 브리튼의 왕인 세이버에게는 '나라'가 아니라 '백성'을 지키는 것이 절대명제. 그래서 자신뿐만이 아니라 측근들에게도 가혹한 능력과 윤리를 요구했고, 다른 이들이 버거워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가 모범이 되려 가혹한 길을 걸었을 듯. 하지만 그런 노력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고, 그런 점에서 휘하 기사들과 갈라지게 된 모양. 자신만 올바르면 다른 사람들도 언젠가 알아줄 것이라는 결벽이 왕으로서의 패인.

왕님이 세이버의 왕도를 비웃은 것은 왕이라는 존재를 군림하는 자라 여겼기 때문. 왕님에게는 오로지 자신만이 왕이고 다른 왕은 자신의 열화 카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원본에 미치지도 못하는 복제품인 주제에 심지어 후회한다니, 그저 같잖기만 할 뿐. 적어도 성배문답 시점에서는 그랬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