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2012. 6. 13. 12:40
자신만이 특별하기에 기본적으로 만민에 대해 평등하다고 밑에 썼었는데, 평등과 동시에 약간의 기대 같은 것도 품고 있을 것 같음. 인간을 참으로 하찮게 보면서도 인간만이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인정할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게오바에 들어있는 것도 신화적 물건도 많지만 인간이 만든 물건도 있을 것 아닌가여. 거기다 태생이 특별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이었던 친우 엔키두의 경우가 있음. 흙으로 빚어진 엔키두가 인간이 되고, 보다 더 높은 곳ㅡ즉 자신과 같은 위치에까지 서려고 했던 것을 왕님은 지극히 높이 평가할 것 같다. 실제로 보고의 보물 전부보다도 엔키두의 생애가 가치있었다고 말했고. 종종 인간이 말도 안 되는 영역에 다다르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척이나 흥미롭게 지켜볼 것 같음. 그래서 왕님은 사실 인간이면서도 영령이 될 만큼의 업적을 쌓아 성배전쟁에 소환된 다른 서번트 모두에게 상당한 흥미를 갖고 있을 것 같다... 특히 4차에서는 왕을 자칭하는 라이더와 세이버에게.
하지만 왕님은 진정으로 만민에게 평등하기 때문에, 그런 존재가 이상을 이루는 것도 기꺼워하지만 그 벅찬 이상 때문에 파멸하는 모습도 공평하게 사랑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상을 진실로 이루는 존재가 희귀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왕님은 파멸만을 기꺼워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 같기도. 엔키두가 왕의 곁에 서려던 꿈의 끝에 길가메쉬를 남겨두고 죽었듯이, '올바른 왕도'의 끝에 사로잡힌 세이버가 자신이 믿은 것이 형체도 없는 허상이고 이루지 못할 꿈임을 깨닫고 무너지는 모습도 보고 싶음.
정복왕의 경우는 배틀로얄이 기본인 성배전쟁에서 '직접 심판할 가치가 있는 적'으로 인정받은 듯. '보다 높은 곳'을 향했던 다른 이상의 파멸자들과는 다르지만 모든 욕망이 자기 자신을 향하며 그 욕망을 당당하게 공언하고 그것을 위해 살다 죽은 이. 성배로 이룰 꿈보다도 자신의 몸이 가치있다고 단언하는 유일한 서번트. 정복왕이 이루고자 했던 이상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었지만 그는 그런 사실에 무너지지 않았다. 당면한 최고의 목표를 자신에게 부여하는 자이고, 달성하면 더 큰 목표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는 자다. 처음부터 벅찬 이상을 세우지 않고 차근차근히 자신의 계단을 높여간다. 어쩌면 그렇기에 자신이라는 까마득히 높은 벽을 제시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해도 당할 수 없는 적을 마주했을 때 과연 정복왕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그래서 고유결계가 무너지고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법을 관철하며 몸 하나로 달려드는 정복왕의 존재방식을 정말로 인정하고 하나의 존재로 취급해 준 것 같다. 왕님에게 '잡종'이 아니라 'そなた'라니 아무나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마도 인간에게 품고 있는 기대는 '처음부터 뛰어났기에 그 이상을 바랄 수 없었던' 자신을 유일하게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었던' 엔키두에게서 비롯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