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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온  2012. 12. 3. 22:12
앤솔 예특으로 쓰려다가 폐기한 1안



최근의 후유키 시가 시끌벅적한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무언가 거슬리는 것이 있을 때마다 전심전력 주저없이 불쾌감을 쏟아내는 어딘가의 금삐까 탓이 컸다. 키리츠구 씨네 세이버한테는 다른 사람이었다면 냉큼 동영상 찍혀 유X브에 올라갈 법한 몰상식한 대시를, 카리야 씨네 광견한테는 체력의 한계를 요하는 과격한 산책을. 일단은 집주인인 코토미네에 대해서도 주객전도가 따로 없는 거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꼴을 보자 하면 참으로 가정교육이란 중요하다는 산 증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시끄러워지는 때는 웨이버네 군식구인 거구의 라이더와 마주칠 때였다.
금삐까가 왈왈컹컹 요란한 거야 언제나의 일이고 라이더는 그냥 말해도 천둥 같은 목소리다. 거기다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세상의 모든 것은 제 발 아래 있노라는 태도를 고수하는 금삐까에 대해 라이더는 언제나 저 또한 왕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당연히도 금삐까가 그런 것을 용납할 리도 없어 마주치면 오가는 대화가 불꽃을 튀기며 에스컬레이트하는 것은 일상다반사, 견디다 못한 코토미네와 웨이버는 합의하에 해결책을 내놓았다. 경주로 승패를 가르자고.
라이더는 그 이름대로 전차 경주라면 일가견이 있고, 금삐까가 제 입으로 못 한다 할 리도 없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속도로 날짜와 시간과 코스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경주 당일.

"이건 반칙 아닌가?"
"경주에 임하는 기종을 규제한 적은 없지 않더냐?"

자신만만한 태도로 금삐까가 몰고 나타난 것은 저와 꼭 닮은 삐까번쩍한 황금색의, 그러니까, 비행기였다. 라이더의 전차 역시 손꼽히는 명마가 끄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보구였지만 과연 애초부터 하늘을 날기 위해 만들어진 비행선 앞에서는 아무래도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라이더는 참으로 대범하게도 껄껄 웃으며 비행선의 참전을 용인했다.
협찬을 부탁받은 마이야가 하늘 저 높이 쏘아올린 어쩐지 무시무시한 음량의 총소리와 함께 두 대의 탈것(...)은 힘차게 출발했고, 당연하게도 황금색 비행물체 쪽이 냉큼 저만치 앞서나가며 거리를 벌렸다. 아앗, 그러게 출발 전에 반칙이라고 핸디캡을 줬으면 좋잖아아아아아!!! 라고 웨이버가 울부짖었지만 어찌됐든 사후약방문. 경주는 속행되었다.

그리고 저만치 앞서 어느새 지정된 골인 지점이 육안으로 확인될 위치에까지 이른 금삐까는.

"흥, 싱겁기 짝이 없구나."

고래로부터 앞서 가던 수많은 토끼(?)가 그러했듯 자만심과 게으름에 빠져들었다. 열심히 쫓아 달리고 있을 라이더를 찾아 뒤를 돌아보았지만 저 멀리 어딘가에서 흙먼지가 이는 것이 조금 보일 뿐,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한참 멀어 보였다. 이대로 너무 빨리 승패를 내는 것도 재미없지 않은가. 달리 방심왕이 아닌 금삐까는 게으름의 함정에 빠져들었고, 비마나를 정차(?)시켜둔 채로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서번트가 왜 낮잠을 자느냐는 질문은 스루한다. 자고 싶으면 잘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성실하고도 꾸준하게 달려온 라이더는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금삐까가 잠든 곳에 다다랐고,

"......음,"

입 다물고 얌전히만 있으면 세상에 달리 비길 자가 없을 찬란한 미모가 참으로 무방비하게도 비마나 하나 띄워놓고 푸욱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말았던 것이다.
라이더로 말할 것 같으면 별칭이 정복왕,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빼앗고 찬탈하여 정복하는 것이 그의 도리. 이런 차려놓은 밥상(...)을 그냥 지나칠 종자가 아니다. 거북이는 잠든 토끼를 지나쳐 열심히 골을 향해 가야 하는 것이 정석이건만 거북이 역에 맹수과의 라이더를 캐스팅한 것은 실수였던가. 아무튼 라이더는 비마나를 버려둔 채 세상 모르고 곱게도 잠든 금삐까를 홀랑 보쌈했다. 승패? 그거야 침대 위에서 (후략)
아무튼 후유키 시가 조용해졌으니 해피엔딩이라는 모양이다.




이렇게 길게 쓰려던 생각은 아니었는데 막 쓰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