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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온  2014. 2. 10. 22:53
트위터에서 K님이 썰푼게 웃겨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다보니 상황은 좀 다르지만 뭐() 어떻게 해도 개그엔딩밖에 생각나지 않았다예요



"아이잭 씨는 거유파일 것 같죠~."

발단은 아무렇지도 않은 카라신의 그런 한마디였다.

"하아? 누구 맘대로 사람 취향을 이거다저거다 하는 건데."
"그치만 작은 것보다는 큰 게 좋지 않아요?"
"크기만 하다고 다 되는 게 아냐, 이 바보가. 중요한 건 탄력과 모양이라고!"
"우와, 매니악."

난데없이 시작된 가슴 토크에 그 자리의 모두가 짜게 식은 얼굴을 했다.
원탁회의 멤버들이 길드회관에 별 볼일이 없을 때도 드나드는 것은 그리 드물지도 않은 일이다. 뭐니뭐니해도 은행이 여기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출입이 잦아지면 마주칠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 특히나 오늘은 뭐가 어떻게 굴러간 건지, 원탁회의 11명의 길드 마스터 중 5명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별난 일이 다 생기고 말았다. 이쯤 되면 이미 원탁회의 분점(?)이리고 봐도 좋을 정도다. 화제는 영양가없는 음담패설이지만.

"탄력과 모양이라는 건 알 것 같기도 하군요. 가끔 영상에서 모양이 예쁜 배우가 나오면 왠지 보물을 건진 기분이 되지 않습니까?"
"뭐야, <선생>. 미유 파였나."
"딱히 취향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왕이면 예쁜 편이 좋지 않습니까."

아인스 씨까지…! 난감한 기분으로 주위를 신경쓰고 있던 시로에는 양식파로 보였던 <어니스티>의 길드 마스터 아인스의 발언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되고 말았다. 여러분, 여기 식당입니다. 개인 존이 아니라고요!

"미치타카 씨는 어떨까요. 역시 큰 거 좋아할까~."
"그 사람의 경우 어쩐지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할 거 같지 않습니까? 본인이 체격이 있으니까 반대로."
"과연, 말 되네요. 미치타카 씨는 빈유파라~."

이젠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멤버의 취향까지 멋대로 결정되고 있다. 죄송합니다, 미치타카 씨. 막지 못했어요…. 아니 그보다 아인스 씨. 이렇게 호응이 좋은 사람이었습니까.

"그럼 크러스티 씨는?"
"빈유파 아냐? 그 녀석. 그 공주님도 그렇고."
"글쎄요. 레이네시아 공주님, 날씬하긴 하지만 의외로 있거든요?"
"그러고보니 그 갑옷 고른 거 네놈들이었지…."

아이잭의 시선이 카라신을 스쳐 시로에에게 향했다. 아, 이런. 타겟 고정 당했다. 시로에가 내심 식은땀을 흘리거나 말거나 아이잭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서 네놈 취향은 뭔데. 여기까지 말한 이상 네놈만 빠질 생각은 말라고, '능구렁이'."
"어… 글쎄요…."

일났다. 뭐라고 말해야 되지. 이렇게 사전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는 전력 관제 전투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로에가 난감하게 시선을 이리저리 방황해도 이 자리에 있는 멤버들은 그저 흥미진진한 눈으로 시로에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이렇게 시간 끌면 오히려 더 흥미를 부추겨 버리는데…!
그러나 구원자는 뜻밖의 장소에 있었다.

"정말이지, 다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자타(?)가 공인하는 아키바의 하렘 마스터 소지로가 끼어들자, 기타등등의 인기없는 남자들의 시선이 소지로에게 집중된다. 아키바 거리에서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길드로 유명한 <서풍의 여단>의 길드 마스터가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호기심이 끓어오른 것이리라.
소지로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모두의 기대를 배반했다.

"체형으로 여성을 판단하다니 좋지 못해요. 여성은 모두가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법이잖아요?"
"……."

아, 역시나 하렘 마스터.
조금 전까지 신나게 달아올랐던 남자들의 대화는 푸시식 김 빠지는 소리와 함께 끝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