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님&프로듀서(P=/=폐하)
그래도 행사당일이 되기 전에 샘플 정도는…하고 힘내봤습니다 x라고 쓰지 않는 건 최소한의 양심입니다(?) 아니 진짜로 x는 아닌것도 같고 아마 아닐 거고 아마도 노엘P/레보미셰 전제…인거 같고 그보다 나 무슨 배짱으로 사호 원고를 심지어 점주님을 아아아아아아아아
※원작과 원작자와 관계자와 원작의 배급사와는 일체의 관계가 없습니다 이거 중요



각성은 매우 느리게 이루어졌다.
대개 사람이 의식을 되찾을 때 가장 먼저 각성하는 감각은 청각이지만, 이 장소에는 들어야 할 <소리>가 없다. 늘 음악에 둘러싸여 소리에 민감한 그에게는, 귀가 쨍할 정도의 이 적막이 오히려 신경을 건드리는 소음처럼 느껴진다.
시야는 어슴푸레하고, 물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흐릿하다. 이 장소를 에워싼 어둠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흐릿함 탓일까.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의 메마른 나무 냄새가 약간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 냄새를 깊이 들이키고, 다시 내뱉고──내뱉은 그 숨결이 바로 앞에서 부딪쳐 흐트러지는 감각에 그제서야 자신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것을 깨달았다고 해서 몸을 일으킬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그럴 힘이 없다는 쪽이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부스러진 흙과 마른 먼지 같은 냄새를 들이마시며 흐린 눈을 깜박이기를 몇 차례. 간신히 시야가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상자 같은 방의 천장은 기울어진 지붕이었다. 넓게 팔을 벌린 어둠이 온 방을 덮고 있지만 그 속에서 단 한 곳, 작게 도려내진 것 같은 창문에서 희미한 별빛이 스며들어 바닥 일부를 약간 밝게 채색하고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그 자리에만 하얀 도화지를 펼쳐 놓은 것처럼.
도리 없이 그 엷은 빛에 시선이 붙들린다.

──별빛…….

당장이라도 스러질 것처럼 미덥지 못한 깜박임이면서도, 필멸하는 자가 가늠할 수 없는 긴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광채. 검은 하늘을 수놓는 덧없고 아름다운 그 빛에 이끌리고야 마는 것은 본능의 명령일까. 손에 닿지 않는 것일수록 애달피 원하고야 마는 것이 본능이라면 이 얼마나 어리석고도 사랑스러운 일인지.
그런 자조적인 생각을 하는데도 어쩐지 자연스레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설핏 눈을 감고 가슴 속에 떠오른 그 사랑스러운 감각을 덧그린다. 그 형상이 찬연하게 빛나는 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아직도 꽤나 여유가 있나 봐."

문득 어둠의 일부가 부풀어오르듯 질량을 늘리더니, 비단 커튼처럼 매끄러운 목소리가 떨어져내렸다.

"아니면 이미 포기한 걸까……?"

어둠이 요염한 음색으로 속삭인다. 노랫소리처럼 리듬감이 있는 아름다운 목소리였지만 말미에 깃든 냉랭한 조소가 선명하다. 그는 다시금, 이번엔 쓴웃음에 가까운 미소를 띄웠다.

"그럴 리가. 나한텐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걸."
"재미없어라."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보랏빛 나비가 가루를 뿌리며 날개를 팔랑거리고, 보랏빛 얇은 장갑에 감싸인 손가락이 허공에 흩뿌려진 가루를 휘젓듯 따라 그렸다. 여자는 붉은 입술로 그림처럼 완벽한 미소를 짓고는──다른 사람처럼 낮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정말로 재미없어……."

급격한 표변에 미미하게 표정을 굳힌 남자의 눈앞을, 분위기를 모르는 보랏빛 나비가 팔랑팔랑 가로질렀다. 반사할 광원이 없을 텐데도 마치 스스로 빛나는 것 같은 현혹의 날개 가루가 그 궤적을 따라 흩어진다. 남자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코앞에 여자의 하얀 얼굴이 드러난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살의와 애증으로 아름다운 눈썹을 일그러뜨리고, 여자는 장갑 낀 두 손으로 남자의 뺨을 감쌌다.

"제가 무슨 대가를 치르는지도 모르는 그 멍청한 아이한테 왜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걸까?"

그것도 다름아닌 당신이──.
마지막 마디는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여 읊조렸지만 필시 그에게는 분명하게 전해졌으리라. 방금보다도 더욱 딱딱하게 표정을 굳힌 남자를 붙잡고, 여자는 망설임 없이 입술을 겹쳤다.
Posted by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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