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ommunication; 1st phase
카테고리 없음 2014. 1. 8. 23:46 |솔직히 원래 내 지지 커플링은 크라시로가 아닌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어쩌다 이렇게 달달...해졌는지도... 엄... 크라시로는 사실 둘이 자존심싸움하는 맛인데... 아 아닌가 나름 자존심 싸움 하고...있나? 하는거라고 우겨봅니다...
크러스티라는 남자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면 열 중 아홉은 '완벽한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 실패를 상상할 수 없는 사람. 어떤 특정한 한 가지만이 아니라 모든 방면에 걸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정진정명의 초인. 1500명 규모의 대규모 길드를 이끄는 카리스마나 레기온 레이드를 지휘할 정도의 통솔력에, 지금에 와서는 <원탁회의>의 업무며 <대지인>들과의 교섭까지. 정말로 이 남자가 해내지 못하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크러스티는 빈틈이란 것을 보인 적이 없었다.
시로에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사람이 어째서' 라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 흥미를 갖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다. 스스로야 별반 대단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이라면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 본래 사람을 떠보는 듯한 언동이 잦은 사람이다. 그런 행동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납득하지 못할 것도 없기는 하다.
하지만 그 호기심이 어째서 키스…같은, 조금 특수한 종류의 접근으로 이어지는 건지. 자신의 상식이 곧 세간의 상식이라고 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보편적인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몇 번인가 크러스티의 사고 경로를 추측해 보려고 시도는 했으나, 평소라면 비교적 합리적일 크러스티의 사고는 이번에 한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예외가 많았다. 흥미가 제1의 행동 원리일 정도니 변덕스러운 거야 당연하다 해도 이 예외는 지나치다. 채 다 헤아릴 수도 없는 변수와 변인들에, 언제부턴가 추측하는 것도 무의미한 기분이 들어 시로에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유를 찾아내는 것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물론 잠정 보류 딱지를 붙였다고 해서 생각하기를 그만둘 수 있는 성격이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고,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에는 태도를 정하기도 어렵다. 그런 상태에서 크러스티와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니 이쯤 되면 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하라는 쪽이 무리다.
자신 쪽에서 키스를 해 본다는…답지 않은, 어쩌면 극단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여러 모로 한계에 몰려 있던 시로에가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 상황을 타개하고자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이제 와 생각하면 과격하고 졸렬한 방법이라 스스로도 부끄럽다. 일단 시작한 이상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었기에 어떻게든 크러스티가 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보았지만…수확으로 말하자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행이라면 무슨 생각인지 크러스티가 가만히 그 서투른 키스를 받아들여준 것 정도일까.
시로에는 우물쭈물 조심스럽게 크러스티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크러스티가 시로에를 잡아당겨 깊숙이 끌어안는 바람에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로에 군과는 근본적인 부분부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그런 와중에 이 발언. 시로에는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낮은 목소리에 무심코 어깨를 떨었지만, 그 말의 내용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근본적인 부분이라니 뭘까. 뭔가 견해의 차이가──아니, 상식의 범위에 관한 이해의 차이라면 확실히 있지만.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나요?"
"이쪽으로서는, 잘못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시로에 군의 상식을 의심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면 역시 이 사태는 양쪽 모두에게 이상한 일이 맞다는 건데. 시로에는 더더욱 알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럼, 크러스티 씨는 왜…."
"왜 자네에게 키스를 하는지?"
"…예."
"글쎄요. 왜라고 생각합니까?"
거의 밀착한 상태에서 크러스티는 귓전에 속삭이듯이 물었다. 평소에는 낭랑하고 또렷한 목소리가 숨을 죽이고 낮게 속삭이자 숨소리가 적적하게 섞여, 마치 목소리 그 자체가 형태를 가지고 귓가를 쓰다듬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로에는 무심코 눈을 꾹 감고 숨을 참았다.
"…저는 독심술 같은 건 못 하는데요."
"못 합니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뭐든지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그만. 귓전에 들리는 낮은 웃음소리에 시로에는 신경을 분산시키려는 것처럼 괜히 아무도 없이 빈 원탁으로 시선을 돌리고 대꾸했다.
"…뭐든지 알고 있는 건 크러스티 씨겠죠."
"확실히 저는 꽤 눈치가 빠른 편이긴 합니다만…. 시로에 군에 대해서는, 그것도 자신할 수 없군요."
크러스티는 쿡쿡 웃으며 시로에의 귀 뒤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었다. 그리 길지 않은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감촉을 한껏 즐긴 뒤, 그는 입술 끝으로 시로에의 동그란 귓바퀴를 물었다.
당연하게도 품 속에서 소스라치게 놀란 시로에가 뿌리치려고 몸을 틀었지만 그 정도로 크러스티를 떨쳐낼 수 있을 리가 없다. 크러스티는 시로에를 감싸안은 팔에 더 힘을 주어 단단히 끌어안았다.
"크러스티 씨…!"
본래부터 그런지 하프 알브의 체형이 그런 것인지, 부드러운 귓불은 유난히 피부가 얇은 것처럼 느껴졌다. 체온이 낮은 부위일 텐데도 열이 느껴지는 것은 피가 몰린 탓이겠지. 크러스티는 감싸안은 마른 몸의 미약한 저항에도 개의치 않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귓바퀴에 살짝 잇자국을 냈다.
"……!"
소리가 되지 않는 신음을 삼키며 시로에의 온몸이 경직된다. 가슴께에 올린 양손이 몇 번이고 미끄러지면서도 크러스티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거기에도 아랑곳않고 크러스티는 몇 번이고 말랑한 귓바퀴를 자근자근 깨물었다. 귓불의 온도가 점점 더 올라가는 것을 민감하게 느끼면서 크러스티는 잔뜩 물려 예민해진 귀를 부드럽게 혀로 핥았다. 단단한 이와 말랑한 혀가 가하는 물리적인 자극, 축축한 혀와 입술이 고막에 직접 닿는 듯한 청각적 자극. 시로에는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몇 번이나 고개를 저어 크러스티를 떨쳐내려고 했지만 단단한 크러스티의 양 팔에 붙잡힌 채로는 그것도 쉽지 않았다.
깊이 들이쉰 크러스티의 숨결이 시로에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 어쩔 줄을 모르고 품 속에서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감춘 시로에를 내려다보고 크러스티는 낮게 웃었다.
"이것도 장난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무리 저라도 장난으로 아무한테나 이런 짓을 하지는 않아요. 가볍게 덧붙인 속삭임에 시로에는 완전히 혼란에 빠진 것 같았다.
"그, 으, …하지만…."
"하지만?"
새빨갛게 물든 귓불은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다. 몇 번이나 작게 고개를 저으면서, 시로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왜…."
"…시로에 군은 정말로 이유에 집착하는군요."
크러스티는 한숨 섞인 쓴웃음을 짓고 중얼거렸다.
시로에도 다른 점에서는 결코 이렇게까지 둔하지 않다. 오히려 눈치는 빠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의 경우 어떻게 해도 자신에게 향한 호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꽤 긴 시간 인간관계를 피해 온 경험이 그렇게 만든 것이겠지만, 길드를 만들고 <원탁회의>를 만들어낸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꺼리고 마는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야 물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크러스티는 일부러인 듯 심술궂은 말투로 말했다. 움찔. 깊이 숙인 어깨가 움츠러드는 것을 확인하고 크러스티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재미있기만 한 거라면 이런 짓까지는 않겠죠. 저한테도 상식과 이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
이번에야말로 고개를 들고 망설이는 듯 이쪽을 올려다본다. 그 시선 속에 명백하게 '정말로 그런 게 있습니까' 하는 의혹이 섞여 있는 것이 우스웠지만, 크러스티는 웃어 버리는 대신 가볍게 시로에의 이마에 입술을 댔다.
"시로에 군은 어떻습니까. 상식과 이성을 뛰어넘는 행동을 해 본 소감은?"
"……."
그건 저로서도 정말로 의외였는데요, 하고 덧붙이는 말에 아까의 키스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시로에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알고 싶어서' 라고 해도 평소의 자신이 그렇게까지 할까? 예를 들자면 냥타 반장의, 묘인족의 생태에 대해서는 확실히 궁금한 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면서까지 그런 지식을 추구할까. 답은 물론 No다. 그렇다면 어째서 크러스티에게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아주 약간 냉정함을 되찾은 시로에는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물론 이전 몇 차례의 접촉으로 상당히 허들이 내려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 번쯤 당하고 보니 한번쯤은 갚아주고 싶다는 오기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크러스티의 저 여유 넘치는 유들유들한 얼굴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다는 충동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밖에도.
시로에는 살짝 눈을 들어 크러스티를 보았다. 여전히 겉모습만으로는 아키바 최대의 전투계 길드를 이끄는 '광전사'의 이명을 가진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이고 차분한 인상. 그리고 이런 귀공자 같은 인상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칠고 흉포한 충동을 품고 있는 남자.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되고, 행동거지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되는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그의 내면.
시로에는 아직도 그를 다 모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도 시로에를 다 알지 못한다.
시로에는 짧게 숨을 내쉬고 마음 가는 대로 내뱉었다.
"…한 번으로는 모르겠는데요. 다시 해 봐야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도저히 바로 보고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서 시선은 옆으로 피했지만, 그래도 크러스티가 눈을 크게 뜨는 것은 기척으로 알 수 있었다.
시로에의 말뜻을 바로 이해한 크러스티는 피식 웃었다. 희고 단정한 손가락이 시로에의 뺨에 닿고, 부드럽게 입술을 어루만졌다. 그 손놀림에 시로에는 약간 뺨을 붉혔지만 도망치려고는 하지 않았다. 약간 떨어뜨린 고개를 손가락으로 살짝 잡아 올리고, 크러스티는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했다.
"정말이지, 시로에 군은…."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군요.
들릴 듯 말 듯 속삭인 입술이 살짝 와닿고, 이내 부드럽게 입술을 덮는 깊은 입맞춤으로 변했다. 처음으로 시로에도 거부하지 않고 그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서로를 탐색하고, 확인하고, 깊이 섞여드는 입맞춤.
키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처음으로 깨달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01. Communication; 1st phase
그리고 이제 와서 이건 전연령가가 맞는 것인지 사소한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